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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conslove 2026. 6. 17. 14:12

리모델링 운용기준(사전자문) 및 2차 안전진단 제도 정비
현장과의 정례적 '소통 거버넌스' 구축 등 제스처 보여야

 

신동우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장

서울 아파트 중 준공 30년을 넘긴 노후 단지는 무려 49만 세대에 달한다. 아파트 네 집 중 한 집은 이미 노후단계에 들어섰다는 말이다.
1990년대 이후 공급된 고용적률 단지들에게 재건축은 제도의 벽에 막힌 불가능의 영역이며, 리모델링은 이들에게 선택이 아닌 유일한 주거 개선 수단이다.
지금은 서울의 '백년대계'를 위해 전향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필자는 리모델링 연구자로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 리모델링, 재건축 우회로 아닌 '필연적 상생'의 길

그동안 서울시정 내부에서 리모델링을 재건축 규제의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임시방편'이나 '우회로'로 치부해 온 시선이 엄연히 존재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도시의 현실을 간과한 매우 좁은 시각이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법의 근거가 주택법과 도시정비법으로 다를 뿐,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본질적 취지는 같다. 

리모델링은 기후위기 시대에 건축 폐기물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적이고도 필연적인 주거지 정비 모델로서 재건축의 대체제나 경쟁관계가 아닌 '정책적 동행'이 필요한 사업방식이다.
이제는 서울시가 앞장서서 현장에 정책적 경험치를 쌓아주고 시장을 리드하는 성숙한 행정을 보여줘야 한다.

서울시는 180억원 규모의 정비사업 융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재건축, 재개발 조합에만 국한할 뿐 리모델링 조합은 해당사항이 없다.
초기 사업비 지원은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 초기 리스크를 공공이 분담해 사업이 본궤도(시공사 선정 및 사업승인)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므로, 서울시 또한 2013년도 성남시 지원사례를 벤치마킹할 경우 리모델링 또한 이재명 정부가 목표로 하는 '신속한 주택 공급'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법의 취지 넘어선 '그림자 규제' 타파해야

대한민국의 모든 행정은 법률에 근거해야 하며, 법외(法外) 절차들을 신설한 것은 행정의 과잉이다. 리모델링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사전자문제도'와 '2차 안전진단 의무화'다.
현행 주택법 어디에도 사전자문을 의무화하거나, 수평증축에 2차 안전진단을 요구하는 규정은 없다. 법은 수직증축에 한해 2차 안전진단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전제로 하는 사업인 만큼, 용적률과 건폐율에 대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시의 잦은 운용기준 변경과 심의 지연은 사업의 허들을 더욱 높이고 있다.
2차 안전진단도 마찬가지다. '주요 구조부 변형에 따른 구조적 부담'은 이미 1차 안전진단과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충분히 확인됨에도 유독 서울시 주민들에게만 법적 근거가 모호한 중복 절차로 인해 과도한 시간적·재산적 부담을 지우고 있다. 안전의 본질은 절차의 중복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합리적 관리에 있다.

 

■ 시장(市場)과 눈을 맞추는 소통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은 축적된 선례와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럴 때일수록 공공은 적극적으로 현장에 참여하여 지원하고 정책적 경험치(Data-base)를 쌓아가는 조력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시장과 실무진이 주기적으로 조합,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과 마주 앉아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주민이 선택한 방식이라면 사업이 완수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행정이 필요하다. 

모든 노후 단지가 재건축을 할 수는 없으며, 정책의 성패는 현장과의 호흡에 달렸다. 용적률이 이미 높거나 단지 특성상 재건축이 불가능한 지역을 위해 리모델링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함으로써 제도적 병목을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신속히 반영할 때 비로소 행정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주거 재정비 사업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의 행정은 단순히 한 지자체의 지침에 머무르지 않는다. 서울시가 수립하는 기준과 정책 기조는 그 상징성과 규모로 인해 전국 거의 모든 지자체가 준용하는 사실상의 '표준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서울시는 그 거대한 영향력에 걸맞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안전에 대한 고심은 철저히 하되, 법 테두리를 벗어난 과도한 규제로 시장을 위축시키기보다는 전향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리모델링 행정에 임해주어야 한다. 

 

서울시가 먼저 규제의 문턱을 낮추고 소통의 물길을 터줄 때, 비로소 전국 노후 공동주택 재정비사업의 모범적인 이정표가 새겨질 것이다. 서울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서울시의 품격 있고 책임감 있는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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