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정 위해서는 지자체의 행정 지원 필수
리모델링, 이제는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다뤄야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공동주택 비중이 높은 나라다. 준공 30년을 넘긴 노후 공동주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재정투자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리모델링은 도시와 주거환경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자, 국민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에너지 효율 향상을 모두 실현할 수 있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건물 부문의 탄소배출 저감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이며, 리모델링은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저탄소 도시 전환의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현실의 리모델링 제도 운영은 이러한 정책적 중요성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인허가 절차, 구조안전성 심의,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행정 절차가 과도하게 복잡하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행정기관의 이해 부족과 규제 중복으로 수많은 단지가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주민들은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더 어렵다"고 호소하고, 시공사는 불확실한 행정 리스크로 사업 참여를 꺼린다. 결과적으로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 '행정의 실패'가 리모델링 시장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용인시와 고양시가 간담회를 열어 지역 내 리모델링주택조합장 등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두 지자체 모두 리모델링을 행정이 지원해야 할 공공정책 영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용인시 간담회에 참석한 조합 측 관계자들은 공사비 상승과 정부의 주택 정책 규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용인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으며, 용인시는 조합에서 제시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검토해 필요한 행정 지원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조합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한편 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제도적 기반 마련 및 지역 내 노후 주거환경 개선에 힘쓰겠다고 답변했다.
현재 용인시에는 지난 10월 기준 4개의 리모델링주택조합이 사업계획 승인을 마쳤으며, 2개 조합의 사업계획승인을 접수해 검토 중이다.
고양시 간담회에서는 문촌마을16단지와 강선마을14단지 주민들이 참석, 지금까지 추진된 리모델링 사업에서 불거진 절차상 문제, 조합 해산 및 이에 따른 향후 절차와 법적 쟁점 등을 질타하며 그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단지는 지난 2022년 고양시 최초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주민들의 기대를 받았으나, 최근 사업 추진 절차의 적법성 여부, 주민들과의 소통 부족 등의 문제점으로 리모델링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희섭 고양시의원은 현장에서 주민들의 의견들을 수렴, 주민들 다수가 결국 리모델링 지속 추진 또는 중단 여부와 대책에 관심이 큰 만큼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향후 절차상의 문제들을 중심으로 발전적인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앙정부보다 앞서 지방정부가 선제적으로 ‘공공의 역할’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리모델링 시장의 불안은 행정 리스크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자체의 행정 지원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시장 안정의 전제 조건이다.
행정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예측 가능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면, 금융기관은 리스크를 낮게 평가하고, 시공사와 주민은 신뢰 속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반대로 행정이 불투명하면 시장은 위축되고, 주민 갈등이 증폭된다. 결국 공공이 움직이면 시장은 안정되고, 주민의 신뢰도 회복된다.
이제 리모델링 지원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 정책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한다. 개별 지자체가 각자 정책을 내놓는 수준을 넘어, 광역 단위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제도적 틀과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자체는 행정 실행력을 높이며, 학회와 전문기관은 기술·데이터 기반의 정책 지원을 맡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리모델링의 성공은 행정의 효율화, 제도의 일관성, 그리고 공공의 책임성 위에서만 가능하다.
리모델링은 단순히 낡은 아파트를 고치는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주택공급, 에너지 절감, 도시재생, 탄소중립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공공이 먼저 움직일 때 시장은 활력을 되찾고, 주민은 신뢰를 회복하며, 도시와 산업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공공이 움직여야 시장이 산다"는 가장 현실적이고 절박한 주택정책의 메시지를 실천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다.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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