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디자인·조경 넘어 ‘사업조건’ 승부수 띄워
과도한 출혈경쟁 의한 손해 및 후유증도 우려돼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를 위해 ‘출혈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을 수주하는 쪽이 향후 압구정3구역까지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만큼 양측 모두 수주에 ‘사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먼저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조합원들에게 ▷착공 전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 최대 314억원 부담 ▷분양면적 확대에 따른 조합 분양수익 극대화 ▷필수사업비와 사업촉진비 등 사업비 전액 최저금리 책임 조달 등의 금융혜택을 약속하고 나섰다.
삼성물산이 부담하는 314억원은 최근 1년간 건설공사비지수 기준, 착공 기준일까지 약 28개월에 해당하는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 비용이다.
이와 함께 총공사비에 내진특등급 설계와 일반 쓰레기 이송 설비 적용을 비롯해 일반분양 발코니 확장 비용, 커뮤니티·상가 설비 시설 등 조합이 요구하는 필수 공사 항목을 포함해 약 650억원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체 세대수를 조합 설계 원안의 2,331세대보다 29세대 많은 2,360세대를 제안했다. 이는 면적으로 환산할 경우 조합 원안 7만6,945평보다 약 484평 늘어난 것으로, 일반분양 평당 가격을 약 7,000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조합은 추가 분양 수익으로 약 339억원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은 통상적으로 시공사가 가져가던 분양 세대의 발코니 확장 옵션 판매수입 전액을 조합에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발코니 확장 공사 원가를 공사비 총액에 포함시켜 일반 분양자에게 판매하는 발코니 확장 옵션판매 금액 전체를 조합이 가져가도록 하고, 아파트·상가 미분양 시 최초 일반분양가 금액으로 100% 대물 변제하겠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없이도 필수사업비 및 사업촉진비 등 조합이 필요한 사업비를 3조원 이상 책임지고 조달하는 한편,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높은 AA+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한 지급 보증을 통해 금융권이 조달할 수 있는 최저 금리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에 맞서 ▷총공사비 1조4,855억원 ▷사업비 전액 CD+0.1% 책임조달 ▷총공사기간 49개월(본공사기간 43개월) ▷아파트·상가 미분양 시 100% 대물변제 등을 약속하고 나섰다.
특히 조합원의 권리 및 이익 보장을 명목으로 ▷책임준공 확약서 ▷사업비 대출 금리 확약서 ▷아파트·상가 대물인수 확약서 ▷공사도급계약 날인 확약서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 및 비용부담 확약서 등을 추가한 5대 확약서를 날인해 제출했다.
공사비는 조합이 먼저 제시했던 예상 가격 1조5,723억원보다 868억원 줄어든 것으로, 이를 통해 각 조합원당 부담금은 약 7,200만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어 사업비 전액을 CD+0.1% 책임조달 및 지급 보증할 경우, 사업비 1조5,000억원 대여 시 금리 차이 1%당 약 425억원의 금융비용을 절약하게 되며, 이를 통해 각 조합원당 부담금이 약 3,600만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현대건설은 이주철거 후 즉시 착공과 공사 중단 없는 ‘책임준공’을 확약하며 총공사기간으로 49개월을 제시, 신속한 입주를 통해 조합 사업비 및 조합원의 불필요한 비용 소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현대건설은 부동산 컨설팅 기업 ‘에비슨영’과 함께 상업시설 구성부터 분양까지 계획하는 한편, 그 가치와 분양성을 극대화하고 상가 분양 활성화를 위한 전담 인원도 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가까지 최초 일반분양가로 100% 대물변제, 그 기준도 최초 일반분양가로 설정함으로써 미분양 발생의 책임을 조합에 전가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렇듯 수주 경쟁이 심화되자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2위의 ‘자존심’ 대결이 자칫하면 국내 건설업 전체의 ‘저가 출혈경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제정 이후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1기 신도시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다른 건설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물려 있거나 자금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사의 강점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삼성물산이 재개발·재건축 시장을 떠난 동안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바탕으로 반포1·2·4주구, 한남3구역 등을 수주하며 정비사업 수주액 1위를 기록한 바 있어, 이번 한남4구역 수주로 ‘현대 타운’을 완성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양측의 수주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자칫하면 ‘무리수’ 공약으로 인해 사업의 안전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과도한 공약이 조합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켜 사업 지연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건설사들은 단순히 수주에 골몰하는 대신,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과 조합원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현대건설 모두 한남4구역 수주에 사운이 걸려 있는 만큼 양측의 수주 출혈경쟁이 어떤 전개로 흘러갈 것인지 건설업계 전체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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