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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안전, 건설엔지니어링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conslove 2026. 6. 30. 14:55

E&E 포럼, 18일 국회 의원회관서 8차 세미나 개최
"역할과 책임의 명확한 정립 통해 안전 실현해야"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E&E 포럼 제8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한국건설신문

 

E&E 포럼이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제8차 세미나 '건설엔지니어링 차원에서 바라본 건설안전 제고 방안'을 개최했다.
건설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역량 강화, 발주자의 책임성 제고, 적정 공사비 및 공사기간 확보 등 '엔지니어링'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모색해 보는 자리다.

이번 세미나는 공정식 E&E 포럼 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개회사(한명식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 겸 E&E 포럼 공동대표) ▷격려사(정일영·손명수·김영환·김은혜 국회의원) ▷기념촬영 ▷5분 스피치 ▷주제발표 ▷패널토론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건설산업은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의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각 단계의 주체마다 고유한 역할과 책임이 존재한다.
건설안전은 어느 한 주체에 책임을 집중시키거나 다른 주체에 전가한다고 해서 확보되는 것이 아니며, 각 주체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립함으로써 비로소 실현할 수 있다.

반대로 역할과 책임의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안전관리 체계가 흔들리면서 안전을 확보하는 것 또한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누가 더 많은 책임을 질 것인가'가 아닌 '누가 어떤 책임을 맡아야 하는가'를 논의해야 할 때다.
실제로 주제발표 이전에 진행된 5분 스피치에서도 박광주 토펙엔지니어링 전무가 '엔지니어링산업의 현실을 말한다'를 주제로 ▷공공부문 건설현장에서의 안전감리의 역할 명확화 및 일원화 ▷안전보건조정자에 대한 적정 대가 지급 ▷건설엔지니어링사의 안전 조직 운영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건설안전 확보를 위한 설계자의 역할과 제언(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주자의 책임 강화와 적정 공사비·공사기간 확보 방안(김영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공사 사후평가센터장) 등이 진행됐다.

 

2020년 이후 정부는 건설안전 대책의 주요 수단으로 '규제'를 선정해 ▷총체적 안전관리 체계 구현 ▷위험성 평가에 기반한 사전 예방 ▷스마트 안전 ▷처벌 강화 등을 지향하고 있다.
건설안전특별법도 총체적인 안전관리 구현을 위해 발주자,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에게 각각 안전 책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시 영업정지·과징금, 징역·벌금형 등의 형벌을 부과, 설계자를 비롯한 엔지니어링 분야도 안전관리의 주체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영국·호주·싱가포르 등 우리나라보다 안전·엔지니어링 수준이 높은(2023년 기준 사망만인율 1.59, 글로벌 시장점유율 0.9%) 국가들의 경우 설계 단계에서부터 선제적 안전 확보를 위해 법령 또는 지침을 마련해 안전설계(Design for Safety)을 의무화 또는 권장하는 추세다.

 

안전설계 프로세스의 기본 원칙(ALARP, As Low As Reasonably Practicable)은 위험성과 수단의 가용성·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고려, 예측가능한 위험을 식별하고 합리적으로 실현 가능한 위험제거·저감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잔존하고 있는 위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수석설계자에게 발주자의 사전정보를 요구하고 시공자에게 안전·보건조치를 요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대신, 설계자의 안전역량 강화와 우수한 설계자 선정을 위해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격인증을 부여함과 더불어 사고 발생 시 설계 당시 합리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고 시공자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이에 홍성호 선임연구위원은 "설계자 안전관리 의무 이행을 통한 예방형 안전관리의 정책은 수행여건이 갖춰져야 가능하다"며 ▷발주자, 시공자 등 건설사업 참여주체와의 상호협력 체계 구축 ▷설계자의 안전관리 책임 명확화 및 권한 확대 ▷설계자 안전관리 대가기준 마련 및 역량강화 교육 프로그램 운영 ▷ALARP 기반 안전설계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모범사례의 보급 및 확산 등을 제언했다.

 

김영현 센터장은 건설산업 내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지적, 사고 저감을 위한 구조적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건설산업의 사망자는 총 328명으로 전 산업 대비 약 43.2%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사망사고 만인율 또한 OECD 상위 10개국 중 1위, OECD 평균의 2배 수준인 실정이다.
현재 시행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 등 건설공사 참여자에게 각자의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각 주체별 책임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안전관리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 건설사고의 위험을 저감하고 공공복리를 증진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현행 제도는 건설기술진흥법·국토교통부의 안전관리비와 산업안전보건법·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이원화돼 운영 중으로,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하나의 계상·사용 목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발주자 혼선 및 현장 관리 부실 등의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사기간·간접비의 경우 폭염·강우 등 불가피한 기후조건에 대한 공기조정이 어려우며, 노동조합의 쟁의 발생 시 공사 중단으로 인해 공기가 지연됨에도 이것이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되지 않아 시공사가 스스로의 책임이 없음에도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설계변경 신청 시 발주청의 예산확보·실정보고·행정절차 등으로 인해 처리가 장기화되면서 공기가 지연되는 문제, 물가변동·공사비 변동으로 인한 총사업비 조정기준 개선 및 검증체계의 미비 등의 문제점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김 센터장은 각 이슈별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비 제도 개선(계상기준 신설·통합·분리 계상) ▷공사기간 보장(공기단축 제한·산정근거 의무화) ▷심의체계 정비(공공·민간 심의절차·기관 정립) ▷중장기 기반 마련(건설 AX(인공지능 전환)·예치금·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건의했다.
이어 건설안전특별법의 하위법령 제정 시 실질적인 건설안전 확보가 가능한 체계를 구성함으로써 '사망사고 없는 건설현장'을 실현하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유창E&C 부회장(가운데)이 18일 열린 E&E 포럼 8차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의 좌장을 맡고 있는 모습. 사진 = 한국건설신문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이상호 유창E&C 부회장을 좌장으로, 주제발표자 2명과 ▷윤정현 스펙엔지니어링 대표 ▷유정호 광운대 교수 ▷기성호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안전관리기술인회장 ▷손동우 매일경제 차장 ▷강경돈 한국도로공사 설계처장 ▷박동주 국토부 건설안전과장 등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산·학·연 각자의 입장에서 건설산업 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의견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한편, 세미나 방청객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도입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다.

 

한명식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책임과 경계를 분명히 하고 역할 분담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 그리고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주체가 모두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건설안전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