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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건설산업과 플랫폼 사업

conslove 2024. 11. 13. 16:33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수많은 플랫폼 기업 태동

스마트홈과 도시 관련 사업에도 접목 고려해볼 만해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4차 산업혁명 등 우리는 뭔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 주저하기도 하지만 동경하고 기대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뭔가 문제가 있고 잘못되었으며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는 항상 어둡고 불합리한 면들이 공존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 발전이 무의미했다고 할 수는 없다. 인류의 수명이 늘어났고 인권과 평등, 자유, 복지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에 대해서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세상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들로 인해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

1차 산업혁명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으로 보였던 기계에 대한 두려움을 인공지능과 로봇에게서 느끼고 있다.

그런 두려움이 큰 탓일까? 첨단 기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달라질 우리 사회와 경제체제에 대한 논의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했지만, 혁명이라는 단어가 붙게 된 것은 봉건주의 사회가 막을 내리고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드는 천지개벽하는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변화를 불러오기는 하지만,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밥조차도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칼로 자르듯이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분명한 변화는 눈에 보이고 체감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 유튜브,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 애플 등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도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쿠팡 등 수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2000년대에 수없이 등장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등장이 자본주의의 등장만큼 큰 사건일까? 그 대답은 알 수 없지만 분명 큰 변화인 것은 확실하다.

 

숙박업이나 요식업, 교통, 쇼핑, 매스미디어 등 산업의 전 영역에 걸쳐서 플랫폼 기업들이 그 시장의 지배자들이 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블랙베리나 모토롤라, 노키아와 같은 기존 강자들을 몰락으로 이끌고 새로운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났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고급 호텔, 백화점 등을 협력업체로 전락시키는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자산 하나 없이도 그 시장을 지배하는 마법을 부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플랫폼 사업으로 인한 파괴적 혁신의 시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건설산업은 이 트렌드와 무관할까? 건설시장에 나타난 최초의 플랫폼은 건설자재거래 플랫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가장 활성화된 건설 플랫폼은 아마도 나라장터가 아닐까 싶다. 공공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공공발주자가 입찰 건을 올리면 수많은 건설회사들이 참여하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물론 사업모델(business model)로 보면 플랫폼 사업은 아니지만 형식은 플랫폼이기는 하다. 사실상 건설산업에서는 플랫폼 사업이 성공적이지도 않고 지배적인 사업방식도 아니다.

 

1990년대 인텔리전트홈과 2010년대 u-홈(ubiquitous home)을 거쳐 지금은 스마트홈으로 불리는 첨단 기술 장착 주택이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건설회사들은 스마트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분양성과를 높이고자 하고 있고, 가전회사나 정보통신회사들은 그 안에 들어가는 가전이나 장비 판매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이런 목적이 잘 달성될 수 있을까?

 

애플이 어떻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스마트폰 시장에는 애플과 삼성만 남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 같은 플랫폼을 갖추고 IOS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개방을 통해 많은 앱개발자들이 이 플랫폼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플랫폼 사업의 공급자 네트워크를 개방한 것이고, 이미 존재하는 아이폰이나 갤럭시폰의 고객 네트워크와 연결시킨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스티브 잡스가 이것을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아이폰 등 다른 제품 판매는 포함하지 않고 앱스토어만을 통한 2022년 매출이 1.1조달러(한화 약 1,454조원)를 기록했다.

 

스마트홈이나 스마트도시도 플랫폼 사업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건설산업에도 매력적인 새로운 시장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다. 건설산업에 플랫폼 사업이 들어오면 기존 플레이어들은 이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에 가입하고 싶지 않은 유명하고 잘 나가는 식당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선택권이 있었을까?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사업을 가능하게 한다.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건설산업의 플랫폼도 그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의 주인이 택시업계나 숙박업계에 종사하던 사람들이었을까?

건설산업의 플랫폼의 주인이 정보통신업계나 가전업계가 될 수도 있다.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주도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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