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행사, 채권 소멸시효 진행과는 무관
유치권확인 청구소송으로도 소멸시효 중단효과 인정돼
1. 문제의 소재
건설현장에서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해당 건물을 점유해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러한 유치권은 피담보채권이 소멸하게 되면 함께 소멸하게 되는데, 민법 제326조는 “유치권의 행사는 채권의 소멸시효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치권자로서는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해 시효 중단을 위한 조치를 별도로 취해야 한다. 한편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3호에 따라 3년의 시효기간이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유치권을 주장하는 자가 유치권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피담보채권에 대한 시효중단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과거 법원은 유치권확인소송은 유치권의 행사에 불과해 피담보채권에 대한 시효중단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한 사례도 있었으므로(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5다226144판결) 시효중단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유력했다. 하지만 최근 유치권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해 공사대금채권에 대한 실질적인 심리가 이루어진 경우 공사대금채권의 시효가 중단된다고 판단한 획기적인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바 있으므로 이에 관해 소개한다.
2. 판례의 입장(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다241152 판결)
가. 사실관계
① 원고들은 피고1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한 유치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채무자인 피고1 및 신탁회사로서 건물의 소유자인 피고2를 상대로 유치권 확인 소송을 제기함.
② 피고들은 피담보채권의 존부에 관해 다퉜고, 제1심은 피고1에 대한 소는 각하하고, 소유자인 피고2에 대해서는 원고들의 주장을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함.
③ 항소심에서 피고2는 공사대금채권이 소멸시효기간 경과로 소멸했다는 주장을 추가했고, 원심은 유치권 행사는 채권의 소멸시효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시효중단 주장을 배척하고 청구를 기각함.
나.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1) 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 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고 특히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므로,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때에는 시효중단 사유가 되는 바, 이러한 시효중단 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에는 소멸시효 대상인 그 권리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그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를 기초로 하여 소의 형식으로 주장하는 경우 또는 그 권리를 기초로 하거나 그것을 포함하여 형성된 후속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그로써 권리 실행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를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와 일치하여 고찰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19737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5140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의 피고 1에 대한 이 사건 유치권확인청구 소송에서 피담보채권인 각 공사대금채권의 존재에 관한 주장이 있었고, 피고들이 그 채권의 존부에 관하여 다투어 이에 대한 실질적 심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상 위 각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권리의 행사가 있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 1에 대한 유치권확인청구 소송의 제기는 그에 대한 각하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담보채권에 관한 재판상의 청구에 준하여 피담보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생기게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결론
공사대금채권은 3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는 바, 위 대법원 판결로 인해 유치권확인 청구소송을 통해서도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 중단 효과가 인정될 수 있음이 확인됐으므로 향후 공사대금 채권자들의 권리구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위 대법원 판결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로 볼 수 있다.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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