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 합의한 시점에서 공사대금 채권 하수급인에게 이전
다른 채권자가 채권 압류해도 하수급인 시공분은 효력 없어
1. 문제의 소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하면,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 간에 합의한 경우에 발주자는 수급사업자가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수행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고 그 범위에서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에는 위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의 내용과는 다소 다르게 규정돼 있으므로, 건설산업기본법상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의 소멸시기가 하도급법과 동일하게 직접 지급 합의를 한 때인지, 아니면 직접 지급 합의 이후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한 때인지 여부에 관해 논란이 되어 왔는데 최근 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바 있으므로 이를 소개한다.
2. 판례의 입장(대법원 2025. 4. 3. 선고 2021다273592 판결)
가. 사실관계
1. 피고A는 정읍시로부터 교량가설공사를 도급받은 후 원고에게 토공사와 구조물공사를 하도급했다.
2. 발주자인 정읍시, 수급인인 피고A, 하수급인인 원고는 2019. 4. 19.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정읍시가 원고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직불합의를 했다.
3. 원고는 하도급계약에 따라 2019. 4. 19.부터 2019. 6. 15.까지 공사를 하다가 위 공사를 중단했다.
4. 한편 피고A를 상대로 나머지 피고들이 피고A의 정읍시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에 관해 가압류 또는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는데, 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2019. 5. 2.부터 2019. 7. 19.까지 차례로 정읍시에 도달했고, 이에 정읍시는 2019. 8. 2. 공사대금 50,075,900원을 혼합공탁했다.
5. 그 후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을 원인으로 한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나.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은 ① 정읍시의 원고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사유는 직불 합의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가 시공한 부분에 대한 기성검사 및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했을 때 발생한다. ② 원고가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하기 이전에 정읍시에 다른 피고들의 압류 등 결정이 도달함으로써 원고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당시 피고A의 정읍시에 대한 나머지 공사대금 채권 전액에 대해 이미 집행보전이 이루어진 이상 원고의 직접지급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① 하도급법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하며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법에 해당하고, 하도급법 제34조는 ‘건설산업기본법이 이 법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이 법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직접지급청구권에 관한 규정은 하수급인을 수급인 및 그 일반채권자에 우선하여 보호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 제3항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직접 지급 합의를 한 때에 발주자의 하수급인에 대한 직접 지급 의무가 발생하고, 그 범위에서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소멸하며, 발주자가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하수급인에게 이전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② 아울러 이 사건의 경우 직불 합의를 한 2019. 4. 19. 정읍시에 대해 원고가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에 관한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고 직접 지급 합의 후 이루어진 수급인의 채권자들에 의한 압류 등은 이미 소멸한 채권에 대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3. 결론
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건설산업기본법상 직불 합의를 한 시점에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이 하수급인에게 이미 이전됐으므로, 그 이후 다른 채권자들이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하더라도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한 압류는 이미 하수급인에게 이전돼 소멸한 채권에 해당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해석됨을 알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직불 합의와 관련한 쟁점이 문제될 경우에는 이 점을 반드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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